원재료 가격이 내려갔다는 뉴스가 나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재료값이 싸졌으면 과자, 음료, 라면 같은 가공식품 가격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 가공식품 가격은 원재료 가격보다 훨씬 천천히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구매하는 가공식품 가격은 원재료 가격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재료가 공장에 들어온 뒤 가공되고 포장되어 물류센터와 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여러 비용이 추가됩니다.
따라서 가격의 흐름은 보통 다음처럼 이어집니다.
원재료 가격 ↓
→ 기업의 실제 매입원가 변화
→ 기존 재고 소진
→ 제조·포장·인건비 반영
→ 출고가격 결정
→ 유통단계
→ 마트·편의점 소비자가격
특히 가공식품 시장을 볼 때는 국제 원재료 가격과 마트 가격 사이에 ‘시간차’와 ‘중간 비용’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재고, 환율, 제조비, 포장·물류비, 가격 결정의 시차입니다.
특히 가공식품은 하나의 원료만 사용하는 제품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FIS 식품산업통계정보 역시 가공식품 시장을 분석할 때 생산뿐 아니라 원료, 수출입, 유통, 소비 등을 함께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공식품의 가격을 단순히 하나의 원재료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FIS)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 재고입니다.
식품회사는 오늘 필요한 원재료를 오늘 구매해서 바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만 운영하지 않습니다.
생산계획에 따라 일정 물량을 미리 계약하거나 확보합니다.
예를 들어 설탕 가격이 높았을 때 식품회사가 3개월치 원료를 확보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달 뒤 국제 설탕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해도 이미 창고에 들어와 있는 설탕의 매입가격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가격 하락
→ 낮은 가격의 신규 원료 계약
→ 기존 고가 재고 소진
→ 저가 원료 생산 투입
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뉴스에서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다고 바로 다음 주 마트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뉴스에서 보는 국제 원자재 가격은 대부분 달러 기준입니다.
하지만 국내 식품회사는 결국 원화로 비용을 부담합니다.
따라서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실제 원화 기준 수입비용의 하락폭은 작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국제 원재료 가격은 10%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원화 가치가 약해지면서 환율이 상승했습니다.
그러면 국내 업체가 체감하는 실제 원료비는 국제가격처럼 10% 모두 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원재료 가격 ↓
이라도
환율 ↑
이면
실제 수입원가 하락폭은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전에 작성한 ‘환율이 내려도 수입제품 가격이 안 내려가는 이유’와 내부링크로 연결하면 좋습니다.
소비자가 가장 쉽게 착각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과자 한 봉지 가격이 2,000원이라고 해서 그중 대부분이 밀이나 설탕 가격인 것은 아닙니다.
제품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다양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밀가루, 설탕, 식용유, 우유, 코코아 같은 재료입니다.
공장을 운영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입니다.
공장과 물류센터, 회사 운영에 필요한 인력 비용입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와 가스 등의 비용입니다.
비닐, 플라스틱 용기, 종이박스 등의 비용입니다.
공장에서 물류센터와 판매점까지 운송하는 비용입니다.
따라서 밀 가격이 내려가도 설탕 가격이 오르고, 포장재 가격과 인건비가 그대로라면 전체 제조원가는 생각보다 많이 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원재료 가격 하락률과 완제품 가격 하락률이 같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가공식품에서 의외로 중요한 비용이 포장과 물류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제품은 원료를 단순히 가공한 상태가 아닙니다.
개별 포장을 하고 여러 개를 박스에 넣은 뒤 물류센터로 보내고 다시 전국의 마트·편의점·온라인 물류센터 등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실제로 농식품 유통 과정에서는 저장과 수송 같은 별도의 유통비용이 발생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사업에서도 농식품 유통 과정의 저온저장시설 및 저온수송차량 이용료 등을 별도의 비용 요소로 다루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서 트럭 운송비와 물류센터 인건비, 포장재 가격까지 동시에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원재료비 ↓
하지만
포장비 →
물류비 →
인건비 ↑ 또는 →
라면 전체 비용 감소폭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계속 움직입니다.
이번 달에는 15% 떨어졌다가 두 달 뒤 다시 크게 오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원재료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제품 가격을 즉시 낮춘다면 원료 가격이 다시 상승했을 때 제품 가격을 다시 올려야 합니다.
소비자가격을 계속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기업에도 부담입니다.
그래서 단기간의 원재료 가격 변화보다는 일정 기간 지속되는 원가 흐름을 보고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원재료 가격 하락
과
제품가격 인하 결정
사이에는 시간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소비자가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바로 가격을 올리면서 왜 내려갈 때는 안 내리지?”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하기 쉬운 현상입니다.
경제학에서는 한번 올라간 가격이 원가가 낮아져도 쉽게 내려오지 않는 현상을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한번 결정하면 메뉴판이나 가격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포장지, 유통계약, 판촉계획, 판매전략 등 여러 요소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 원재료 가격 하락이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원가가 급격하게 상승해 기존 가격으로 판매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은 올라갈 때 빠르고 내려올 때 느린 것처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유통입니다.
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제조사
→ 유통업체
→ 마트·편의점
→ 소비자
라는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따라서 제조사의 공급가격과 소비자가 매장에서 보는 판매가격은 동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마트에서는 할인행사를 할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는 1+1이나 2+1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가격으로 매입한 재고가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가공식품 소비자 조사에서도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제조사, 제조일자와 유통기한, 원산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FIS)
결국 가공식품 시장에서는 제조사 가격과 최종 판매가격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 하나만 내려가는 것보다 여러 비용이 동시에 안정되어야 제품가격 인하 여력이 커집니다.
며칠 또는 한 달의 하락보다 지속적인 흐름이 중요합니다.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원화 가치도 중요합니다.
낮은 가격에 계약한 원료가 실제 생산에 투입되어야 합니다.
공장을 돌리는 비용도 제품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원재료 이외의 비용도 함께 낮아져야 전체 원가 부담이 의미 있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재료 가격 하락은 제품가격 인하의 필요조건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기존 블로그의 ‘물가상승률이 낮아져도 마트 가격이 안 내려가는 이유’와 연결됩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이 아니라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 가격이
2024년 1,500원
2025년 1,800원
2026년 1,850원
이 됐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가격 상승폭은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내는 가격은 여전히 1,850원입니다.
그래서 통계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어도 소비자는
“마트에 가면 여전히 비싸다.”
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물가상승률과 물가수준은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의 하락보다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수입 원재료라면 달러 가격만 보면 실제 비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 원료가 아직 생산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인건비, 에너지비, 포장비, 물류비가 상승하면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가 줄어듭니다.
소비자가격까지 전달되는 과정에는 유통단계가 추가로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원재료는 완제품을 만드는 여러 비용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존 재고와 계약가격이 있기 때문에 실제 제조원가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일부 원재료 가격은 내려갔지만 인건비, 에너지비, 물류비 등 다른 비용이 상승했을 수도 있습니다.
가공식품 가격을 이해할 때는 원재료 가격과 소비자가격 사이의 긴 과정을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 원재료 가격 ↓
→ 환율 반영
→ 실제 매입가격 변화
→ 기존 고가 재고 소진
→ 제조·인건비 반영
→ 포장·물류비 반영
→ 제조사 가격 결정
→ 유통단계
→ 소비자가격
그래서 뉴스에서 원재료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와도 마트의 가격표는 한동안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이전 글들과 연결하면 현재 블로그의 흐름도 더욱 명확해집니다.
유가 ↓ → 주유소 가격 바로 하락 X
환율 ↓ → 수입제품 가격 바로 하락 X
에너지가격 ↓ → 전기요금 바로 하락 X
곡물가격 ↓ → 빵·라면 가격 바로 하락 X
그리고 이번에는
원재료 가격 ↓ → 가공식품 가격 바로 하락 X
입니다.
결국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원가’와 실제 생활에서 지불하는 ‘가격’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FIS 식품산업통계정보,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https://www.atfis.or.kr/home/board/FB0027.do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FIS,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
https://www.atfis.or.kr
국가데이터처(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 및 소비자물가동향
https://kostat.go.kr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 물가·수입물가 관련 통계
https://ecos.bo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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